활동명이 참 독특해요. 실리실키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건가요?너무 딥한 얘기인가 싶긴 한데, 좋은 음악을 쓰려면 좋은 하루를 보내야 하고, 좋은 하루를 보내려면 나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요.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때 ’가장 포인트가 되는 것들은 무엇일까!‘ 하고 생각해 보니 제가 생각하는 저는 굉장한 몽상가이고,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장난기도 많고, 때론 무모하기도 한데, 이런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더 음악에 녹여야겠다는 생각에 실리라는 단어를 떠올렸고, 실키는 제 음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제 목소리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. 그렇게 생각했을 즈음에 제 친구가 뜬금없이 실크로드에 대한 얘기를 했었는데 갑자기 그 말에 되게 저한테 꽂혀서 ’실키라는 단어가 좋다!‘라고 적어뒀었어요. 원래는 실리실키라는 곡을 쓸까 했었는데, 어쩌다 보니 이름이 되었습니다. 뭔가 그냥 그게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.
POP 사운드를 기반으로 만든 앨범 [SILLY : Episode 1]과 R&B 무드를 중심으로 제작한 앨범 [SILKY : Episode 2]를 합치면 활동명인 ‘실리실키’가 되죠? 앨범명을 더하면 이름이 되는 아이디어가 참 좋은데요. 사실 제 이름을 실리실리라든지, 실키실키라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. ’내가 먼저 이름을 나눠서, 내가 생각하는 실리와 실키를 보여주는 것이 맞겠다!‘라는 생각으로 구상하게 되었습니다. 앞선 이름 얘기랑도 연결이 되는 것 같은데요. 실리는 팝한 저의 성격을 담을 수 있게 제가 가진 성격을 드라마처럼 풀어보고 싶었고, 실키는 제 목소리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서 듣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무드를 선사하고 싶었습니다. 어떠한 무드라고 말씀드리는 건, 제가 의도한 느낌이 있는데 그걸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어서 음악으로 풀어둔 거라 단어를 고르기가 어렵네요![SILLY : Episode 1]의 타이틀곡은 <Drama Queen>, [SILKY : Episode 2]의 타이틀곡은 <Heroine (히로인)>이에요. 드라마와 관련된 곡들을 타이틀로 정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. 사실 실리에서는 타이틀곡을 뭘로 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. 저는 [SILLY : Episode 1]에 수록된 <Drama Queen>, <Text Me Back>, <Bounce Back> 세 곡 다 되게 좋아하거든요! 그중에서도 <Drama Queen>, <Text Me Back> 중 어떤 곡을 타이틀로 하면 좋을까가 마지막까지 고민이었는데, <Drama Queen>의 브릿지 파트를 쓰고 나니 ‘이게 더 나를 잘 표현할 수 있겠다’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! 그리고 무엇보다 제목에 ‘Queen’ 이 있는 게 좋지 않나요? (웃음)
[SILKY : Episode 2]의 타이틀곡인 <Heroine (히로인)>은 [SILLY : Episode 1]의 경우와는 다르게, 시작부터 ‘이건 타이틀곡이다’라고 생각을 하고 작업했습니다. 왜냐면 인트로 파트를 만들면서 뭔가 다르다고 느꼈거든요! 그런데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인지 곡이 잘 안 써져서 ‘이번에 내기엔 조금 이른가’ 생각을 하고 다른 곡을 편하게 썼는데, 의도치 않게 히로인과 BPM과 KEY가 같더라고요! 두 곡을 합치고 나니 완성이 되어서 이번에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. 이 곡도 <Heroine (히로인)>이라는 제목이 좋았어요. 제가 히로인 같은 존재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. (웃음)
타이틀곡이 모두 드라마와 연관된 제목인 만큼, 드라마에 관한 질문도 빼놓을 수 없겠죠? 이 앨범 속 실리실키 님의 모티프가 된 서사의 주인공이 있는지,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속 주인공은 누구인지도 알고 싶어져요. ‘드라마 퀸’이라는 단어 자체는 가사에도 나와있는 린제이 로한이 주인공인 <Drama Queen>이라는 영화를 보고 쓰게 되었습니다. 너무 직관적인 경로인 것 같은데, 시작은 그러했어요. 저는 머릿속에서 되게 여러 경우의 시나리오를 짜는 타입의 사람인데, ‘드라마 퀸’이라는 단어가 너무 적절하다고 느꼈습니다.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사실 매년 바뀌는 것 같은데요. 요새는 애니메이션 <원피스>에 빠져있는지라 루피를 정말 좋아합니다! 그래서 캡틴 루피라는 가사가 <Heroine (히로인)>에 들어가 있어요. (웃음)‘난 어쩔 수 없는 드라마 퀸이야’라고 노래할 만큼, 실리실키 님이 스스로를 <Drama Queen> 같다고 여기는 순간은 언제인가요? 꽤 자주 있는 것 같은데, 아무래도 곡을 쓸 때 다양한 방향성 속에서 이렇게 상상해 보기도 하고 저렇게 상상해 보기도 해서 그때는 정말 스스로가 너무 드라마 퀸 같아요. 사실은 특정 짓기 조금 어려운 것 같기도 합니다. 저에게 어떤 불특정한 일이 생기면 상상의 나래가 이리저리 펼쳐지고 튀어나가는지라 재밌는 이벤트가 생길 때 유독 제가 드라마 퀸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요!
두 개의 에피소드를 통틀어, 가장 애착이 가는 최애 곡을 꼽자면요? 아마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매주 바뀌는 것 같은데, 이번 주는 <Bounce Back>입니다! 다른 곡들도 다 제 얘기를 담긴 했지만, <Bounce Back>이라는 곡은 정말 오로지 저를 위해서 썼거든요. 저를 위로하고, 또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에 쓴 곡이라 떠올릴 때마다 따뜻한 느낌을 받습니다.단독으로 작사, 작곡, 편곡, 프로듀싱까지 모든 것을 담당했어요. 데뷔하기 전까지는 어떤 음악적 활동들을 펼쳐왔는지 궁금해지는데요. 이전까지는 YESEO(예서)라는 이름의 일렉트로닉 팝 아티스트 활동을 했습니다. 2016년부터 썼던 이름이고, 참 많은 좋은 일들이 있었는데요.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아무래도 2019년 영국에 가서 공연을 할 때 관객분들이 가사를 따라 불러 주셨던 멋진 기억, 그리고 같은 해에 한국 대중음악상 ‘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’ 부문을 수상했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. 그 이름으로 활동할 때도 모두 단독 프로듀싱을 해와서 지금 실리실키라는 이름으로도 제가 원하는 사운드를 직접 만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.
다채로운 아이디어가 함께하는 앨범인 만큼, 주변 반응도 뜨거울 것 같아요. 가족과 친구 등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? 오랜만에 연락해서 ‘되게 재밌게 들었다’는 친구도 있었고요. 부모님은 특히 [SILLY : Episode 1]에 있는 곡들이 신나서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! 하하! 각자 본인들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곡이 갈리는 것 같던데, 그 의견들을 듣는 것도 굉장히 재밌었습니다. 저는 제가 다 만들어서 그런지 제 곡을 객관적으로 듣기까지의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,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들으면 제가 의도했던 부분 혹은 생각지 못했던 소감들을 들을 수 있어서 항상 흥미롭게 듣고 있습니다.드라마 같은 앨범인 만큼, 앨범을 꾸리는 제작 과정에서도 드라마 같은 에피소드가 생겼을 것 같아요. <Strawberry Cake>와 <블라블라>라는 [SILKY : Episode 2]의 곡을 제외하고, 모든 곡이 다 한 번씩 바뀐 곡입니다. 예전에 곡을 쓸 때에는 첫 느낌 그대로 가는 것을 선호했는데요. 이번에 [SILLY : Episode 1]과 [SILKY : Episode 2]를 만들면서는 한 발 약간 떨어져서 곡들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았는데, 곡마다 그 곡이 원하는 방향이 있더라고요. 작업을 할 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잘 발견하지 못하는데, 이번에는 마음의 여유를 좀 가지고 수정을 해보았습니다.
<Drama Queen> 처음에 나오는 휘파람 파트는 1절을 다 쓰고 나서 갑자기 떠올라 집어넣은 파트이고, <Text Me Back>도 원래는 다른 브릿지였는데, 좀 여러 번 시도를 해서 나오게 되었고, <Bounce Back>도 비슷한 경우입니다. 앞에서 말했던 부분이지만 <Heroine (히로인)>도 참 많이 바뀌었어요. ‘완성이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’라고 생각하는 곡입니다.
멜로디와 가사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? 멜로디가 먼저인지, 가사가 먼저인지. 앨범을 완성해나가는 실리실키 님만의 곡 작업 과정도 알고 싶어요. 저에게는 주제가 가장 중요하고, 키워드가 있어야 곡을 쓸 수 있어요. 단어나 그 단어를 통해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고요. 제가 생각했을 때 제 곡 중 좋은 곡들은 가사가 떠오를 때 멜로디도 같이 떠오르는 경우가 꽤나 많았습니다. 결국 곡의 영감은 곡마다 경우가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. 영감은 영화나 애니를 통해서 얻기도 하고, 친구와 대화를 통해서 나온 단어를 가지고 쓰기도 하고, 뜬금없이 보게 된 단어를 통해서 확 떠오르기도 하고 랜덤인 것 같아요.(웃음) 사실 곡을 쓰는 첫 시작은 매우 즐겁기도 하고, 흥미로움으로 가득 차는데, 완성하는 과정은 과장을 좀 보태서 전쟁인 것 같아요. 머릿속에서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기도 하고, 이 곡이 좋았다가 싫었다가 난리가 나곤 하는데요. 마냥 즐겁지만은 않지만, 그 안에서도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해요. 사실 음악은 재밌자고 하는 거니까요.실리실키 님의 음악적, 예술적 롤 모델을 꼽는다면요? 정말 어려운데요... 요새는 <원피스> 작가인 오다 에이치로가 정말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.
이다음엔 어떤 앨범으로 돌아오실 건가요? 살짝만 스포일러 부탁드려요. 제가 여기서 말해놓고, 또 뜬금없이 다른 걸 할 수 있는 사람이긴 한데, 우선 지금은 새싹 같은 음악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. 그런데 그냥 새싹이 아니고, 뭔가 취한 새싹이랄까요. 분위기에 취한 걸 수도 있고, 술을 마셨을 수도 있는데, 묘하게 기분 좋은 그런 음악을 요새는 써보고 있습니다.마지막 질문이에요. 뮤지션으로서 실리실키 님의 최종 목표에 대해 알려주세요. 우선 건강하게 꾸준히 음악을 하는 것이 저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고, 더 바라자면 제 음악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더 좋은 곡을 쓰고 싶습니다. 제가 듣기에 좋은 곡을 쓰다 보면 그렇게 닿을 거라고 믿고 있고요.
지금까지 롤링스톤 코리아와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. 인터뷰를 통해 실리실키 님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. 마지막으로 간단한 인터뷰 소감 및 끝인사 부탁드릴게요! 실리실키라는 이름으로 처음 하는 인터뷰였는데요. 오랜만에 설렜고, 혼자 이상한 말을 잔뜩 늘어놓은 건가 싶기도 한데 진심으로 답했으니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설명이 되었으면 싶습니다. 재밌는 질문들로 인터뷰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!
“거침없이 부드럽게, Silly Silky” by Shay Yoo
실리실키라는 이름 그대로, 그는 거침없고 또 유연했다. 주저 없이 밀고 나가는 힘과 그 강인함을 감싼 부드러움. 그것이 그가 지닌 음악적 DNA였다. 예서에서 실리실키로, 새 단장을 마치고 있는 힘껏 출사표를 던진 그와 나눈 유쾌한 대화를 이 자리에서 전한다. 2022. 11. 03. Rolling Stone Interview
Silly Silky
Silly but, Silky®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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